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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을 반영하지 않는 정부 정책 발전할 수 없다

작성자
여성신문
작성일
2011.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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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671
내용
전문가 좌담회 | 성인지적 관점의 ODA(정부개발원조)를 위하여
‘여성’ 반영하지 않고는 발전을 이야기할 수 없다
풀뿌리 여성단체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구체적인 실무 지침서도 필요

▲ 사진=장철영 기자
5월 20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노르웨이 대사관은 ‘정부개발원조(ODA)의 성주류화: 노르웨이와 한국의 경험과 과제’를 주제로 제3차 개발과 젠더에 관한 아태개발협력 포럼을 개최했다. 이후 김태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의 진행으로 포럼 발제자로 참여했던 프레드릭 아서 노르웨이 외무부 여성권리 및 성평등 대사와 쇼코 이시카와 유엔여성(UN Women) 동남아시아지역사무소 지역프로그램 담당관의 좌담회(사진)가 오후 2시 30분부터 4시까지 열려 포럼에서 도출된 문제에 대한 좀 더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졌다. 좌담회에선 개발원조에 있어서의 젠더 고려의 중요성, 양성평등 정책 도입을 위한 과제, 신흥 공여국이 된 한국에 대한 조언, UN Women과 노르웨이의 올해 주요 여성 이슈 등이 폭넓게 이야기 됐다.

성 주류화 사업 성공하려면 “사람들의 사고방식 변혁해야”
 

▲ 김태현 원장 “성인지 예산 잘 정착시키는 것이 성 주류화 정책을 향한 실질적인 첫걸음” 사진=장철영 기자
-김태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이후 김태현 원장): 여성정책연구원은 개발원조 사업에 성인지적 관점을 반영하는 데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우선, 양성평등 및 여성 역량 강화 이슈가 개발원조에 있어 왜 중요한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싶다.

-프레드릭 아서 노르웨이 외무부 여성권리 및 성평등 대사(아서 대사): 제2차 세계대전 후까지 노르웨이는 가난한 나라였기 때문에 남녀를 불문하고 모든 사회의 일원이 가족의 생계와 국가 경제에 기여를 해왔고, 이에 따라 양성평등에 대한 인식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아왔다. 또한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많은 비정부기구(NGO)가 노르웨이 사회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주체가 되었고, 시민사회와 여성단체 그리고 정치인들은 공생관계를 형성하며 양성평등 및 여성들의 인권을 정치적 의제로 발전시켜 왔다. 더불어 노르웨이는 일찍이 1913년에 여성에게 투표권을 부여한 바 있다. 이와 맥을 같이 하여 1950년부터 이루어진 노르웨이 개발협력에도 양성평등과 여성의 권리문제는 중요한 요소로 다루어졌다.

유엔 협약 등 중요한 국제적 인권 문서를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성별, 인종, 종교와 상관없이 인간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젠더 이슈는 인권과 직결되는 문제다. 또한 경제적 측면에서도 인구의 50%의 인력을 국가의 발전을 위해 활용하지 않고 배제시킨다는 것은 사회 경제적인 낭비이며 비합리적인 일이다.

-쇼코 이시카와 UN Women 동남아시아지역사무소 지역프로그램 담당관(이시카와 담당관): 아서 대사의 말에 덧붙여 양성평등의 달성 없이는 원조 효과성이 제고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예를 들어, 우리가 인적 역량 개발을 이야기할 때 그 대상은 남성과 여성 모두를 포함한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이어져 온 여성에 대한 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특별한 장치 없이는 원조의 효과를 보기 힘들다. 또한 여성의 권리는 경제적 효율성에 대한 측면보다는 인권적 측면에서 먼저 고려돼야 한다. 여성이 바라보는 시각에서의 ‘개발’에 대한 생각 없이 개발을 이야기할 수 없다.

-아서 대사: 유엔의 새천년개발목표(MDGs)가 발표되면서 젠더 문제가 더욱 강조되고 있지만, MDGs의 달성 상황을 살펴보면 여성 및 양성평등과 관련된 목표의 달성이 훨씬 뒤처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여성이 처한 문제들에 대한 개선 없이는 MDGs 달성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김태현 원장: 최근 한국은 성주류화 정책을 위해 힘쓰고 있는데, 동시에 이러한 움직임에 대한 반감도 적지 않다. 노르웨이와 UN Women이 양성평등의 이슈를 국가 정책이나 개발협력 정책에 반영하는 데 있어서 어떠한 어려운 점이 있는지 공유하고 싶다.

-아서 대사: 우선, 여성 억압적인 이슬람권의 샤리아법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종교, 문화, 역사적 전통과 관련된 문제는 극복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들 문제 역시도 유엔 협약에 명시돼 있는 인권적 측면의 고려가 필요하다. 둘째 어려움은 양성평등과 여성의 인권을 수치적으로 측정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수치적인 자료 없이는 여성에게 우선권을 주자는 논리적 주장을 펼치기 힘들기 때문이다. 셋째 어려움은 여성인권이라는 것이 별로 재미없는 이슈여서 언론의 조명을 받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러한 여성 이슈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옹호할 수 있는 ‘대변자’와 ‘정책 챔피언’이 필요하다. 더불어 이러한 정책 챔피언들에게 특별한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 넷째 도전과제는, 이것이 가장 중요한데,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함께 일할 좋은 파트너를 찾는 것이다. 노르웨이의 개발협력의 경우, 기존의 북유럽 국가들과의 협력보다는 한국과 같은 새로운 파트너와의 협력관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태현 원장: 한국에서도 성인지 예산 등 성 주류화를 위한 국가 제도를 갖춰가고 있는데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바뀌기 힘든 듯하다. 그렇지만 성인지 예산의 경우 모든 부처가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잘 정착시키면 젠더 요소를 모든 부처에 통합시킬 수 있는 유효한 도구가 되리라고 기대한다.

-이시카와 담당관: 사고방식의 변화가 가장 큰 도전과제라고 생각한다. 많은 개발도상국에서는 여성부가 가장 소외된 부처이고, 기획재정부 등 강한 힘을 가진 부처는 여성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여성문제에 대해 장기적 안목 없이 산발적 투자가 이루어진다는 점도 문제다. 이러한 상태에선 성 주류화 사업이 정책 변화로 이어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서 대사: 성 주류화를 위해서는 별도의 여성 관련 부처를 갖는 것보다는 모든 부처, 모든 단계의 정책 결정에 젠더 이슈가 통합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김태현 원장: 한국에서는 여전히 여성 대표성이 낮다. 노르웨이에서는 그로 부룬틀란 전 총리와 가브리엘슨 전 통상장관이 리더십을 발휘해 선거에서의 성별 할당제와 상장기업 이사 가운데 40%를 여성으로 할당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고 알고 있다. 이와 관련된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

 -아서 대사: 상장기업 이사의 40%를 여성으로 임명하는 법안이 보수당 내부에서 발의됐을 때에는 큰 정치적 논란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당의 대표가 그 법안을 강력히 밀고 나갔고, 현재는 성공적으로 정착이 됐다. 다만, 아직도 사기업에는 여성 이사가 부족한 편이라는 점은 노르웨이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여권 선진국 노르웨이에도 ‘17%’의 성별 임금격차 존재

-김태현 원장: 40% 여성 이사 할당제가 성공적이라고 판단하는 근거가 궁금하다.

▲ 아서 노르웨이 성평등 대사 “상장기업 임원 40% 여성할당제, 기업 이윤 증가 효과로 나타나” 사진=장철영 기자
-아서 대사: 기업 내 양성평등은 기업의 이윤 증가를 가져온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측정 가능한 수치로 나와 있다. 무엇보다 회사 내에 다양성이 존재한다는 것은 회사의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김태현 원장: 그렇다면 50 대 50의 남녀 간 비율의 완전한 균형이 노르웨이에서는 언제쯤 달성될 수 있다고 보는가.

-아서 대사: 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노르웨이의 모든 사회분야에서 여성의 참여가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교육 분야의 경우, 여성이 오히려 더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추세라면 정부 공무원의 절반 이상이 여성이 되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 같다.

-김태현 원장: 노르웨이에서는 성별 임금격차는 없는가. 한국의 경우, 성별 임금격차가 36.5%에 달하고 있다.

-아서 대사: 노르웨이에도 성별 임금격차가 존재한다. 노르웨이가 직면한 또 하나의 도전과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성별 임금격차 평균은 16% 정도인데, 노르웨이는 17% 정도의 남녀 간 임금격차가 있다. 사실, 노르웨이의 노동시장은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임금격차가 심한 편인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하고 있다. 남녀 간 임금격차가 생기는 이유는 많은 여성들이 비정규직에 종사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김태현 원장: 우리나라 여성들 역시 대학 진학률은 굉장히 높은데, 이 여성들의 높은 교육 수준이 과연 고용의 효과로 이어지는지가 현재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다.

-이시카와 담당관: 동남아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여학생보다 남학생이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는 비율은 더 높은데, 오히려 노동시장에서는 여성보다 남성이 더 많은 임금을 받는다.

 
개발협력 과정에서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성차별과 여성폭력

김태현 원장: 한국은 지난해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하면서 신흥 공여국으로 입지를 굳건히 했다. 노르웨이와 UN Women의 개발협력 공여국·공여기관으로서 오랜 기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을 위한 조언을 해주길 바란다.

-아서 대사: 우선, 양자원조와 다자원조를 적절히 조화시켜 원조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NGO와의 협력과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더불어 국제회의 등에 참여해 정보를 교환하고 우수한 사례를 찾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수혜국과의 많은 대화를 통해 수혜국 현지 실정에 대해 많이 배워야 한다. 좋은 원조사업을 위해 반드시 많은 예산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소규모 사업을 통해 작은 보폭으로 시작하여 큰 도약을 만들 수 있다. 특히, 수혜국 풀뿌리 여성단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 이들은 사회변화를 위한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아프리카 라이베리아가 분쟁 상황에서 평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풀뿌리 여성단체들이 분쟁 당사자들의 협상 테이블에 적극 참여했기에 가능했다.

▲ 이시카와 담당관 “여성폭력 문제 해결에 남성 리더들이 나서야…‘젠더 정책 챔피언’ 선정 중” 사진=장철영 기자
-이시카와 담당관: 한국은 새로운 경험을 가진 공여국이다.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성공적으로 변모한 한국의 성공적인 발전 경험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아서 대사의 지적처럼 현지 여성의 역량 개발 역시 성 주류화를 위해 중요한 요소다.

-김태현 원장: 노르웨이는 개발원조에 있어서 중요한 여성과 환경 등 크로스 커팅 이슈를 반영해 실무자들이 개발원조 사업을 제안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단계별로 활용 가능한 국제개발원조 실무자를 위한 지침서 ‘Assessment of Sustainability Elements/ Key Risk Factors(Practical Guide)’를 가지고 있다고 알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지침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서 대사: 이러한 실무자 지침서는 무척 유용하다. 우선, 이러한 지침서 덕분에 인사이동으로 담당자가 바뀌어도 통일되고 일관된 사업을 할 수 있다. 개발협력을 담당하는 외교부 관계자들이 개발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지침서가 유용한 것이다.

-김태현 원장: UN Women과 노르웨이에서 올해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여성 관련 이슈가 궁금하다.

 
-이시카와 담당관: 이전부터 계속된 이슈이지만 UN Women은 최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적극적인 주도 아래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에 가장 큰 신경을 쓰고 있다. 이 문제를 국제적 이슈로 만들기 위해 여러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또한 여성에 대한 폭력문제에 대한 질적·양적 증거 자료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더불어 남성 리더들이 이러한 여성에 대한 폭력 철폐를 위한 운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현재 UN Women은 차세대 남성의 롤 모델을 위해 ‘젠더 정책 챔피언’(Gender Policy Champion)을 추천 받고 있는데, 연말쯤 선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아서 대사: 노르웨이 개발협력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문제 역시 성차별 문제인데, 그중 여성에 대한 폭력문제는 정말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적 협력 네트워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태현 원장: 장시간을 할애해 신흥 공여국인 우리나라가 훌륭한 공여국으로 거듭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좋은 말씀들을 들려주셔서 깊이 감사드린다.

 

김태현 원장은
한국의 대표적인 가족학자. 성신여대 교수(사회복지학과)로 재직하다 2008년 8월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으로 부임했다. 한국가족학 연구회, 한국여성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고령화및미래사회위원회 등을 거쳐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회 등에서 정부 기관 자문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고령화사회대책위원회 위원,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대외협력위원장 등으로 활동하며 여성 조직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

쇼코 이시카와 유엔여성 동남아시아지역사무소 지역프로그램 담당관은
국제개발학을 전공, 10여 년간 성과 프로그램을 수행하며 국제적 경험을 쌓았다. 방콕 소재 유엔여성발전기금(UNIFEM) 주니어 프로그램의 오피서(JPO)로 시작해 UNIFEM 아태지역부에서 근무하며 인권·폭력·거버넌스 관련 프로그램을 감독했다. 현재 동남아시아에서의 여성인권의 실현을 위한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CEDAW)의 이행 촉진을 목표로 지역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있다.

프레드릭 아서 노르웨이 외무부 여성권리 및 성평등 대사는
오슬로대 법대에서 국제법을 전공한 후 외무부에서 근무하며 다양한 분야의 국제기구 경험을 가졌다. 인도주의적 원조, 평화와 화해, 무역과 개발 분야에서 수많은 다자회의와 콘퍼런스의 의장직을 맡아 활약했다. 특히 1992년 자그레브, 94년 과테밀라, 99년 티라나에에 노르웨이 대사관을 설립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53차 유엔 여성지위위원회에 국가대표단으로 참가하기도 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국제개발협력팀 김정수 연구원 정리 ·윤형주 연구원 통역
1136호 [특집/기획] (2011-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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